사이먼 래틀이 자신이 수석지휘자로 있는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하 BRSO)을 이끌고 방일했다. 26일 필자는 산토리 홀에서 개최된 도쿄의 첫 공연을 감상했다.
첫 곡은 한국 출신이자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솔리스트로 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BRSO는 현악기를 14중주로 편성해 임했지만, 울림은 중후하고 풍요로웠다. 이에 대해 조성진도 명쾌한 터치로부터 나오는 힘찬 사운드로 오케스트라와 견고한 음악적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제3악장의 종반에서는 래틀이 오케스트라의 음량을 조절하는 장면이 몇번이나 있었는데, 그때의 조성진의 아름다운 선율은 특기할 만한 것이었다. 성대한 박수에 조성진은 슈만의 환상소곡집 3번 왜를 앙코르 연주했다.
후반에는 브람스의 교향곡 제2번. 현악기는 16중주로 증원했으며, 전반과 같이 바이올린은 대칭으로 배치했다. 제1악장 서두에서부터 라장조의 밝은 분위기로 조성된 중후한 하모니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같은 독일의 명문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나 드레스덴 국립 관현악단과는 확연히 다른 사운드이다. 전임자였던 마리스 얀손스 시절부터 그랬지만, BRSO는 따듯하고 중후한 선율이 매력으로, 래틀도 이러한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최대한 존중한 것으로 보였다.
작품에 대한 접근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같은 곡에 대한 연주로 비교해 보면, 일반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악절의 초입을 강조하는 듯한 악센트를 붙이거나, 내성부에 빛을 비추는 듯한 한때 보였던 날카로운 “래틀류”는 사라지고, 하나하나의 구절을 신중하게 연주해나가며, 작품의 본질을 더 깊게 파내려 가는 스타일이었다. 날카로움이 희석되는 반면, 무게감 있는 품격이 늘어나고, 거장으로서 한발 내디딘 것으로 보였다. 유일하게 제4악장 재현부 서두에서 음량을 극한까지 줄이고 섬세한 앙상블을 들려준 부분에서, 한때의 “래틀류”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었다. 마지막 악장의 코다도 장난스럽게 오케스트라를 부추기지 않고, 당당한 피날레를 구축하여 마무리 지었다.
우레와 같은 성원과 갈채 속에서 래틀은 일본어로 “皆さま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ブラームスのハンガリー舞曲を演奏します(여러분 감사합니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연주하겠습니다.)”며 관객에게 전했고, 동 무곡 제3번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그럼에도 박수는 그치지 않았고, 래틀은 오케스트라가 퇴장한 무대 위에 재등장해 환호에 응했다.
(미야지마 키와미)
공연 데이터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도쿄 공연
11월 26일(화) 19:00 산토리 홀
지휘 : 사이먼 래틀
피아노 : 조성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콘서트 마스터 : 안톤 발라호프스키
프로그램
브람스 : 피아노 협주곡 2번 나장조 Op83
브람스 : 교향곡 제2번 라장조 Op73
앙코르
슈만 : 환상 소곡집 Op.12-3 ‘왜'(독주)
브람스: 헝가리 무곡 제3번 라장조